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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이야기

생명끈을 줄여서 가방끈을 늘리고 있어

by OneFineSpringDay 2015. 10. 31.

지난 학기에는 여기저기 안 좋던 몸도 매일 학교 내 피트니스 센터에 다니면서 훨씬 좋아졌는데, 민간업자가 운영하던 교내 피트니스 센터가 갑자기 문을 닫고, 그로 인해 운동을 안 한 지 수개월이 되고 보니 다시 원래의 몸 상태로 돌아가는 중이다.

그 와중에 삐걱거려 지난 여름에 고쳤던 기숙사 방 문. 다시 또 삐걱거려 내가 애써보겠다고 괜히 힘겹게 열고 닫다 안 좋던 허리 디스크에 무리가 갔나 보다. 살짝 안 좋았을 때 운동 열심히 하고, 때때로 쉬어야만 했던 내 허리는 주인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채 더욱 악화된 듯 싶다.

급기야 오늘 저녁, 식당에서 밥을 먹고 일어서는데 한 걸음 내딛을 때 전해져 오는 신경 통증이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해줬다. 다행히 여차여차해서 집에 잘 왔고, 더운 물로 샤워하고 임시방편으로 맨소래담을 투척하고 몇 시간을 도서관 의자가 아닌 좁지만 편한 기숙사 방 침대 위에 쉬게 해줬더니 한결 낫다. 좀 괜찮나 싶어 일어나 앉았지만, 허리, 허벅지 무릎까지 이어지는 불쾌한 통증은 집중력을 잃게 한다.

원래도 건강이,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늦은 나이에 뒤늦게 박사과정에, 그것도 내 체질과 전혀 맞지 않은 이 땅에서 벌써 만 4년을 있었더니 내가 무엇을 위해 이 고생을 하나 싶을 만큼 건강이 안 좋아졌다.

우연히 보게 된 네이버 기사에는 나혼자 산다에 출연한 디자이너 황재근 씨의 유학시절 고충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그 역시 유학시절 좋지 않은 병을 얻어 지금도 몸이 안 좋다는 얘기를 했다. 

[유학의 보수=학위-질병]라는 식이 또 성립되는 것인가? 병 하나쯤 얻어야 학위를 딴다는 한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나 또한 4년이란 시간 동안 여러 차례 병 치례도 하고, 수술까지 해야 했다. 지금은 내가 유학 초기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조심, 걱정해왔던 허리 디스크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주위 유학생들 중 건강을 자부했던 이들조차 때되면 한국가서 병원 순례를 하고 있다. 

지금 유학생들, 아니 더 넓게는 국내에서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 박사과정생들의 현실을 가장 적절하게 한 줄로 정리해주는 말이 이 것말고는 또 없을 것 같다(누가 이 말을 먼저 한 것일까?!).

"나는 대학원생답게 생명끈을 줄여서 가방끈을 늘리고 있어"

정말 웃음이 나면서 동시에 눈물이 나는 한줄 문구다. 

오늘 도서관을 향해 가는 버스 안에서 노란 낙옆 위로 산책하는 이들을 보며 왈칵 눈물이 쏟아져 소리 내어 엉엉 울 뻔 했었다. 그.러.고.싶.었.다.정.말.

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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