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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이야기12

화요일 수업을 정리했다. 화요일 수업을 정리했다. 한 순간 결정한 것은 아니고, 몇 달 전부터 생각만 했었고, 몇 주 전에는 좀 더 가시화했다가 아이들이 마음에 걸려서, 그리고 이 어려운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하는 걱정 때문에 그만두겠다는 말을 끝내 뱉어내지 못하고 삼키곤 했다. 하지만 오늘 오전 노래를 듣다가 오늘, 그 마침표를 찍고,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솔직한 이유 대신 꽤 그럴싸한 합리적인 이유로 다음 달부터 수업을 할 수 없다는 말씀을 드렸다. 과외선생은 학부모로부터 단 한 순간에 잘리지만, 과외선생이 학생을 자르는 것은 단 한 순간에 자를 수가 없다. 아니..자를 수가 있던가?! S의 어머니께는 직접 말씀드리지는 못했지만, 아마 지금쯤 S가 얘기해서 어머니도 알고 계시겠지.. 부디 후폭풍이 없기를 .. 2019. 10. 9.
울어도 될 때 울어도 될 때가 있다. 혹시.. 울고 싶다면, 내 손을 잡아주고, 휴지를 건네주고, 흔들리는 내 등을 살포시 어루만져주는 그런 누군가가 존재한다면, 그래, 울어도 좋다. 그 세 동작을 다 해주지는 않아도 좋다. 그 중 어느 것 하나만이라도 해준다면, 나는 그 동안 참고 있던 울음을 쏟아내고 쓰러져 잠들고 싶다. 가만히 옆에서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우는 당사자에게 가만히 있는 사람의 존재는 그(녀)와 나의 사이에 벽을 세우고, 눈물이 나는 그 순간이 주는 불편함, 나약한 내 자신의 모습을 관객으로서 보게 되는 부끄러움을 몰려오게 한다. 그리고 서둘러 다시 사회적 인간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강박증을 깨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하나(혹은 몇몇의) .. 2019. 10. 7.
어제와 같은 오늘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낸지 수 개월이 된 것 같다. 아니 일 년이 넘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에 이런 시기들이 올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내일을 위해 오늘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삶이 내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어제와 같은 오늘을 하루 하루 버텨내는 느낌이다. 뭐라 형용할 수도, 무엇이다 분석할 수도 없는 희뿌옇게 가려져있는 이 감정들만이 하루 하루 쌓여가고 나는 그 감정에 매몰되어 가는 기분이 든다. 분명 하루에도 웃는 순간들이 있고, 힘있게 말하는 순간들이 있다. 매일 매일 이어지는 과외 아르바이트는 수업 준비는 물론이거니와 수업을 하는 시간에도 열정이 넘친다. 그럼에도 그 시간이 끝나고 나면 내가 없는 생각이 든다. 나는 정말 열심히 뛰고 있는데, 제자리 걸음은 커녕 나는 계속 .. 2019. 9. 4.
지난 2년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했는지. 분명 사람들을 만나고, 보내고, 무엇인가를 하며 바쁘게 살았는데...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내 삶의 시간 속에 마치 중요하지 않았던 것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이 곳에 온 궁극적인 목적, 그 결실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분명 2년 전에는 그 목적을 그래도 꽉 붙들고 있었던 것 같다. 결코 포기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2년이 지난 지금에는 어쩌면...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끔씩 한다. 단 한 번도 중도 포기한 적이 없었고, 계획에서 어긋나는 일이 없었는데... 내 삶에도 이런 순간들이 오는구나, 싶어 두렵기만 하다. 아니, 두렵다, 라는 말은 여전히 실감조차 못한 그냥 글자로서만 두.렵.다. 라고 하는 것인지도 .. 2019. 9. 1.